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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퍼레이션 혁신과 이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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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에서 오퍼레이션을 대표하는 최고운영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 : COO)라는 용어가 사용된 지는 20여 년밖에 되지 않지만 실제로 오퍼레이션은 그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퍼레이션의 출발은 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퍼레이션을 다루는 분야는 그 역사만큼이나 포괄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퍼레이션과 혁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오퍼레이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한정된 물자를 적절하게 분배하기 위한 선형 계획법(Linear Programming), 작전 시 최적화된 전략을 도출하기 위한 게임 이론(Game theory) 등으로부터 시작됐다. 오퍼레이션이라는 단어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데 어떤 일을 실행하고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일련의 도구 및 활동을 모두 포함한다.
    많은 이들이 오퍼레이션을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과목(Operations Management) 가운데 하나로 알고 있거나 혹은 비즈니스를 위한 필요 기능 중 하나인 공급사슬(Supply Chain)을 다루는 기본 분야로 알고 있지만 오퍼레이션의 영역은 그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같은 오퍼레이션을 다루더라도 분야에 따라 수학 혹은 과학이 되기도 하고 공학, 경영학이 되기도 한다. 오퍼레이션을 수학, 과학 분야에서 다루는 전공이 오퍼레이션 리서치이고 공학 분야에서 다루는 전공이 시스템 엔지니어링, 비즈니스와 경영학 분야에서 다루는 전공이 바로 오퍼레이션 경영이다. 




    혁신과 오퍼레이션
    오퍼레이션을 기업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기업의 혁신 활동은 오퍼레이션과 궤를 같이한다. 혁신은 어떠한 문제를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새로운 해결안을 찾아가는 모든 과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혁신 활동은 문제를 다르게 바라보고 새로운 해결안을 도출하는 데 관련된 모든 활동을 말한다. 특히 비즈니스에 있어 새로운 제품 혹은 서비스를 구상하거나 만드는 활동들이 바로 혁신 활동이다. 
    비즈니스에서 어떠한 수준의 문제 해결을 원하느냐에 따라 서비스 디자인 혁신이 될 수도 있고 린(Lean) 혁신이 될 수도 있으며 사내 사업 혁신이 될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기존 기업들의 품질 및 체질 개선 활동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이런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지 않더라도 창조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든지, 집합교육을 받는다든지,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TF를 구성한다든지, 커피숍과 같은 오픈된 장소에서 업무를 본다든지 하는 잡다한 활동들도 혁신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혁신 활동이란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그래서 혁신이란 말은 여기저기 온갖 곳에 쓰이고 있다. 이러한 혁신 활동이 특화되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게 되면 일종의 체계화가 이뤄지고 하나의 이론 내지는 방법론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처럼 혁신 활동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 만든 일련의 프로세스와 도구들을 혁신 이론 혹은 혁신 방법론이라 한다. 한 번은 들어봤을 식스시그마를 비롯해 린 싱킹, 디자인 싱킹, 시스템 싱킹, 린 스타트업, 딥다이브(DeepDive), 트리즈(TRIZ/TIPS) 등이 최근 15~30년 사이에 기업과 경영 대학원에서 회자되는 대표적인 혁신 이론들이다. 




    오퍼레이션에 적용된 혁신 방법론
    먼저 식스시그마는 휴대폰을 만드는 생산 공정에서 출발해 발전했다. 그렇기에 다른 물리적 제품을 만드는 생산 공정을 가진 기업들, 이를테면 제너럴일렉트릭(GE), 모토로라에서도 같은 효과를 봤다. 특히 GE는 식스시그마를 생산 공정뿐 아니라 일반 업무에도 확장했고 그 성공에 편승해 국내의 많은 대기업이 식스시그마를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GE로 인해 인기의 절정을 맞이한 식스시그마는 한때 혁신의 대명사가 되어 전 세계로 퍼졌다. 식스시그마 리더십, 비즈니스 엑설런스(Business Excellence) 등으로 불리며 리더십이나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도 적용됐다. 
    하지만 제조 공정의 품질 관리에서 시작했기에 제조 공정 외에는 식스시그마에서 원래 사용하던 도구의 적용이 한정적이란 문제가 있었다. 또 제조 공정 외의 식스시그마 혁신 활동은 원래의 것과는 전혀 다른 기형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결국 이를 전사적으로 적용하려던 많은 기업이 식스시그마를 포기했다.
    토요타의 생산 공정에서 출발한 린 싱킹도 출발은 식스시그마와 비슷하다. 린 싱킹은 제조 공정 중 크기 있는 제품, 예를 들면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에 특화되어 있으며 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나 작업자 동선 등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도구들을 포함한다. 그래서 린 싱킹은 토요타뿐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다른 회사의 제조 공장에도 쉽게 적용 가능했고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루프트한자 여객기 내부 인테리어를 전담하는 필리핀 LHT의 제조 공정에 린 싱킹을 적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필리핀에서 생산하는 토요타 차량의 부품 중 선바이저를 생산하는 협력업체에 린 싱킹을 적용한 사례도 있다. 모두 현재도 린 싱킹을 지속적으로 적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토요타 차량의 선바이저를 생산하는 협력업체는 필자가 필리핀에 있을 당시 린 싱킹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사례 연구도 한 바 있다. 토요타의 협력업체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토요타 본 공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린 공정을 만족해야 하고 협력업체로 선정된 후에도 린 공정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적용되는지 토요타로부터 직접 관리 감독을 받는다. 
    이렇게 생산 공정에 최적화된 혁신 이론인 린 싱킹이 인기 있다는 이유로 제조업이 아닌 다른 곳에서 ‘린’이란 이름을 너도나도 가져다 쓰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린 스타트업이다. 린 스타트업에서 다루는 도구들은 원래의 린 싱킹에서 다루는 도구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여 같은 린을 달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혁신 이론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린 스타트업을 린 싱킹의 확장된 형태의 혁신 방법론으로 이해하는 이들이 많다. 




    혁신 방법론의 최종 목표
    어떤 혁신 방법론을 적용하든지 이들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려는 방향성이 바로 이상성(Ideality)이다. 이상성은 어떠한 기술이나 시스템의 궁극적인 목표를 의미한다. 이상성의 증가가 혁신을 통한 오퍼레이션 실행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즉 시스템이 동작하는 오퍼레이션의 최종적인 진화는 해당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으면서 시스템이 애초에 가진 기능 혹은 효과만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의 모든 혁신은 이상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예를 들면 예전엔 물건값을 지불 할 때 화폐(철)를 사용했지만 이후 지폐(종이)를 거쳐 신용카드(플라스틱)가 대중화되었고 지금은 모바일 결제(소프트웨어)를 많이 사용한다. 가격을 지불하는 매개체는 변화했지만 지불이라는 기본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의 방향성은 모든 혁신 이론의 근간이 된다. 이상성 혹은 이상적인 최종 결과물은 일반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최소의 투자(해로운 효과)로 최대의 이득(이로운 효과)을 얻는 것’이다. 
    실전에서의 혁신은 어떤 정형화된 이론이나 체계에서 나오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혁신 방법론은 혁신적인 생각을 돕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최종 결과가 추구하는 방향성, 즉 이상성이 증가하는 쪽으로 기술이나 시스템이 진화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혁신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데이터 기반 오퍼레이션과 혁신
    요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유행하면서 데이터 기반의 오퍼레이션(Data-driven Operation)이 유행 중이다. 데이터 기반의 오퍼레이션을 위한 데이터 사이언스나 비즈니스 애널리틱스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많은 기업이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고 되도록 많은 양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기업의 사활을 걸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성의 관점으로 봤을 때 가장 효과적인 데이터 기반 오퍼레이션은 바로 데이터가 없거나 최소의 데이터로 원하는 오퍼레이션 결과를 얻는 것이다.
    1986년은 미국의 우주항공 역사상 최악의 해로 기록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최초의 민간 우주인이 탑승한 챌린지 호가 발사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미항공우주국(NASA)은 원인 규명을 위해 천재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에게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진상 규명의 총책임을 맡은 파인만도 나사 내부의 관련 정보들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 다행히 내부 조력자가 있어 연료 탱크의 접합부에 연료 누수를 막기 위해 설치하는 고무 링인 O-링의 결함에 의한 사고였다는 것까지는 알아낼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 어떠한 관련 데이터도 나사로부터 얻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파인만은 내부 조력자를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O-링과 관련한 어떠한 데이터도 없이 결함을 증명해야 했다. 그리고 진상 규명 보고 당일 마침내 파인만은 O-링에 결함이 있을 수 있음을 증명해 냈다. 복잡한 통계학 기법도, 고난이도 데이터 사이언스 도구도 아닌 ‘물체는 온도가 내려가면 수축한다’라는 물리학의 기초 원리를 간단한 실험으로 증명하며 온도 변화에 민감한 O-링의 이상 기능으로 인한 폭발임을 입증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일본의 세븐일레븐은 실시간 수집으로 얻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이용해 유통 구조를 개선하려던 대부분의 다른 경쟁자들과는 달리 기존에 관리하던 데이터만을 이용해 공급사슬 구조를 개선해 경쟁 우위를 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각 점포에서 얻은 기존 데이터와 점포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공급망을 개선한 것이다. 보조 냉장고 구매, 점포 사정에 맞춘 판매 음식 공급 일정 조정 등이 대표적이다.  세븐일레븐은 일본에서 시작된 이러한 오퍼레이션 혁신을 이후 다른 국가에도 적용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상성의 관점에서 가장 좋은 문제 해결 방법은 최소의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아예 수집 과정 없이 원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상성 증가의 방향성은 데이터 수집이 제한적이거나 불가능한 경우 원래와는 다른 데이터 혹은 다른 방식의 기법을 사용해 원하는 분석 결과를 얻고자 하는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와 초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해서 분석하려던 것을 적은 양의 데이터와 간단한 기초 통계만으로 분석하게 만들 수 있다면 이보다 완벽한 혁신은 없을 것이다.




    기술 발전과 오퍼레이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포함한 하이테크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혁신 방법론을 포함한 오퍼레이션 기법을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기본이다. 경영학 수업을 들은 많은 경영자들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과 실제 비즈니스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필자도 주장에 일견 동의한다.
    하지만 교과서와 실전의 괴리가 생기는 이유는 교과서의 내용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다. 기술 발전, 비즈니스 환경, 국제 환경 등 현재 상황이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괴리를 유발하는 이런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퍼레이션에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관통하는 기본적인 핵심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가장 쉽게 설명하고 깨닫게 해주는 것이 바로 교과서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이 오퍼레이션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 방법론을 어설프게 따라 하기보다 오퍼레이션의 기본을 바탕으로 자신의 비즈니스에 맞는 오퍼레이션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가장 확실한 성공 방식이다.